이번에는 개발일지랑은 좀 멀긴 하지만...
일기처럼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좀 적어볼까 싶습니다.


BIC 후기도 이미 게임개발 관련 커뮤니티에 남기긴 했지만 한 번 더 블로그에 남겨봅니다.






BIC 2024 후기



혼자라 부스까지 짐을 많이 들고 가지 못했습니다.
놋북하고 키보드 하나, 컨트롤러 2개 챙겨서 행사장 갔습니다.



PC세트 하나, 모니터 한 대 대여했는데 한 28만 원..? 정도 나왔더군요.
(백월까지 합치면 38만원 정도... 그나마 다행인건 숙소를 제공받았다는 것.)







다들 전시 준비하고 있을 때 몰래 찍어놓은 사진들. 부스 엄청 많아서 놀랬습니다.



Developer's Wall
개발자들의 낙서나 문구를 볼 수 있는 공간.
저도 뒤늦게 낙서 하나 남겨두긴 했는데 그 뒤로 가보지 못했습니다.



INVENTORY INDIE
개발자들이 뿌리거나 판매하는 굿즈들을 전시하는 공간.
자유롭게 가져온 굿즈를 전시하고 메모를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여기도 누가 더 굿즈를 전시했을 텐데 사진은 못 찍어왔습니다.



이건 제가 뿌린 포토카드. (몇백 장 뽑았는데 한 80장 정도만 가져가심... 흑흑)



부스 짤막하게 돌아다닐 때 받거나 개발자분이 직접 오셔서 주신 것들.
명함도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 실명이 적혀있어서 이것만 올려용



본격적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라 사람들이 과연 올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주시더군요.
(빈자리가 있어도 5분, 10분이면 바로 채워지는 느낌..?)


플레이존에서 이미 플레이하시고 이야기하러 오신 분도 있었는데 제 게임을 정말 깔끔하게 분석하셨더라고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 드리고,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같이 관찰하면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정성스런 피드백과 유감없이 깔끔한 의견을 들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순수하게 즐거웠던 몇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너무 감사했습니다.


(가끔가다가 제 게임을 분석해 가시면서 플레이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게임 개발자였다던가.. 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누군지는 비밀)



그리고 한 번씩 제가 쓰는 게임 엔진을 물어볼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게임메이커라고 밝히면 다들 놀라셨습니다. (반응이 좀 재밌더군요)
겜메단 화이팅! 하고 가시던 분도 있었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부스를 같이 지킬 친구가 없으면 다른 부스 구경하기 정말 힘들더군요. 밥도 먹기 힘들고요.
토요일 하루는 친구가 같이 부스를 지켜주긴 했는데 개발자가 아닌 평범한 친구였기에 부스를 오래 맡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마음 놓고 라이브인디 참여하고 아주 쪼금 돌아다닐 수 있었네요.
(다른 날은 그냥 굶으면서 부스 지키긴 했는데 배고픔보단 다리랑 허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이렇게까지 체력이 거지였다니. 친구를 구할 수 있으면 반드시 구하도록 합시다...)


1인 개발자라 혼자 부스 지키는 거 아시고 자주 와주신 개발자도 많았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자랑할 거 하나.
제 게임이 루키부문 액션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수상은 못했지만 그래도 기쁘네요. 후보에 오른 게 어딥니까 XD






그 이후



BIC 행사에 맞춰서 텀블벅을 열었었습니다. 뭐 펀딩은 무산되었지만요.
행사장에서 포토 카드를 나눠드리면서 알려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보고 트위터에도 올려보고 인디게임 관련 커뮤니티에도 홍보해 보고 했었습니다.


게임에 대해서 많은 피드백과 칭찬을 받긴 했지만 정작 후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더군요.
홍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느껴지긴 합니다.
리워드가 매력적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요. 뭐 이유야 많을 겁니다.


(사실 다른 홍보 방법도 있긴 했지만, 게임을 더 다듬고 나중에 내놓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펀딩이라도 열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지나가다가 관심 가져주시는 분도 많으셨고, 연락 주시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요.
또 이런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조금 홍보할 수 있었고요.




퍼블리셔 제안도 들어오기는 했는데 잘모르겠습니다. 몇 년 정도 잡아둔 짧지 않은 개발기간으로 인해서 여러 조건이 붙더군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쁘지 않았을 제안이었을 텐데 1인 개발로 이어가고 싶은 저에게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많았습니다.




아무튼 이제 저는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게임 개발보다는 취업하기를 원하는 집안 분위기도 한몫하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개발을 이어 나가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습니다.
퍼블리셔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특별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텀블벅에 적어놨던 일정보다 2~3배는 긴 개발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진짜 기대해 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지네요.


그래도 개발은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니 너무 아쉬워하진 말아 주세요 :)






여태 받았던 피드백



사실 게임을 전시할 때 많은 것을 보여주기는 힘든 상황이니 주사기라는 메인 무기의 특성을 살려서 어떤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게임인지를 보여주자! 라는 느낌으로 데모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짧은 데모라도 게임을 즐길 요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여러 몹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간단히 익힐 수 있게끔, 메트로배니아라는 느낌도 충분히 받을 수 있게끔 레벨을 디자인했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느껴지는 즐거움보다는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돌아오더라고요.


일단 주로 받았던 피드백을 쭉 정리해 봤습니다.


  1. 맵에 내던져지는 감성.. 좋긴하나 스토리가 필요하다.
  2. 공격 선딜레이, 후딜레이 제거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답답하다.
  3. 주사기 손잡이를 활용하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4. 매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조금 불쾌하다.
  5. 전투민족을 위한 공격 가능한 순간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6. 배경하고 밟을 수 있는 땅 구분이 어렵다.
  7. 캐릭터가 너무 크다. 시야각을 넓히거나 캐릭터를 줄이는 게 좋을 듯하다.
  8. 일관성이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잘 안 온다.
  9. 튜토리얼치고는 세이브 포인트가 너무 뒤에 있다.
  10. 보스가 1스테이지 기믹으로 넣기에는 부적절한 느낌. -> 불쾌함을 느끼기 좋다.
  11. 체력바가 오해하기 쉽다.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12. 왜 기술을 써야 하는가? 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한다.
  13. 신선함이 별로 없었다.
  14. 레벨 디자인 수정 필요해보인다.
  15. 가드와 구르기 버튼 서로 바꾸는게 좋아보인다.
    ... 등등




이렇게 많은 피드백이 오는 것을 보면 '주사기라는 무기의 매력을 좀 살려보고자 했던 노력'보다는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우선시했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임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였겠죠.


아무튼 긴 시간을 들여 디자인된 레벨은 아니었기에 지금의 데모는 싹 갈아엎을 예정이긴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맵이나 난이도, 튜토리얼, 스토리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겸사겸사 타일 리소스도 좀 수정하고요.


2번 피드백


2. 공격 선딜레이, 후딜레이 제거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답답하다.



공격 딜레이에 관해서는 일단 유지하려고 합니다.
공격이 답답하다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기동성이 좋아지면 거기에 맞춰서 적의 움직임도 빠르게, 그리고 까다롭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러면 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피지컬이 높아질 수도 있겠죠. 그건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이대로 제 취향대로 치고 빠지는, 그리고 순간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그런 플레이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공격 버튼만 막 눌러도 게임이 진행된다거나, 달리기만 해도 모든 공격이 피해지는 그런 디자인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요.)


7번 피드백


7. 캐릭터가 너무 크다. 시야각을 넓히거나 캐릭터를 줄이는게 좋을 듯 하다.


충분히 납득이 되면서 확실히 이걸 고치면 게임이 많이 좋아지겠다! 하고 느끼게 해준 피드백입니다.
혼자서 개발하고 있을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죠.



그래서 지금 스프라이트를 모두 수정하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요.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Q. 그냥 카메라의 크기를 늘리거나 하면 안 돼요? 그럼 더 적은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될 텐데요.


퍼펙트 픽셀을 포기할 수가 없었기에 단순한 방법으로 카메라의 크기를 늘릴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닌텐도 버전으로도 내놓고 싶었기에 16:9 비율로 픽셀이 깨지지 않게끔 창의 크기를 고정해 놓았거든요.


그래서 이 창의 크기가 1픽셀이라도 틀어지는 순간 화면 어딘가 깨지는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이건 제가 용납할 수 없어요. 덕분에 고생하고 있지만요.


11번 피드백


11. 체력바가 오해하기 쉽다.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에 이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이 체력이 뭔지 바로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피 게이지를 체력으로 착각한 사람도 있었고요.


그리고 하트가 작아서 게임하는 도중에 체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사기를 가로로 눕혀서 보여주려고 했었으나...


게이지가 차면 찰수록 손잡이가 화면을 가려버리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무기마다 크기나 실린더 위치가 달라지니 무작정 가로로 눕히기에 애매했습니다.


록맨과 같이 세로로 세운 HP바도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UI가 화면을 차지하는 공간이 언제나 일정하게끔, 손잡이 부분은 화면 밖에 나가버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세로로 표기하는 방식이 보편적인 방식이 아니기에 직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하트 표시만이라도 따로 분리해서 크게 보여주든지 해야겠습니다.


뭐 이것저것 계속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생각해 둔 것들



피와 주사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믹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둔 것들입니다.


적의 시야를 피로 가려버린다거나,
피 폭발을 이용한 2단 점프나,
주사기를 터트리는 대신 위기를 벗어나는 기술이라던가,
피를 이용해서 다른 장소를 터트리거나 장치를 움직이게 만든다거나...
등등


좀 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게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마무리


솔직히 말하면 요즘 제가 게을렀습니다.
여태껏 혼자서 달려와서 그런지 전시가 끝나고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정신 차리겠습니다.



게임을 전시하고 펀딩을 진행하면서 관심 가져주셨던 모든 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보내는 시간 엄청 즐거웠습니다.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앞으로 정말 긴 주기로 개발일지를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다 생각나면 한 번씩. 블로그 들러주세요 (빵긋)


이제 정말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밤 보내시길!